마이클 케인, 발 킬머, 조지 클루니로 이어진 배트맨은 갈수록 개성과 재미를 잃었다.
하지않은 기대에도 채 못미친 스타워즈 에피소드3 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닐까 싶었는데. (교훈: 어릴적 취향 평생 간다)
검은 가면에 망토를 휘날리기는 마찬가지라도 메멘토, 불면증을 만든 크리스토퍼 놀란을 루카스와 비교할 수는 없겠다. 팀 버튼의 배트맨도 어두웠지만, 그게 세트 속의 어두움이라면 새로운 배트맨은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밤거리가 느껴진다. 영화를 덮고있는 날씨 탓도 있지만, 싸움 장면도 깔끔하고 화사한 비디오 게임보다는 흙탕물이 튀기는 난타전 쪽이다. 영화는 짧지 않지만 지루하지는 않았다. 미끈하고 날렵한 배트모빌이 게이 패러디로 이어진걸 생각하면 우락부락한 전차는 파격인데, 관심이 있다면 꽤 긴 폭주 장면도 재미있을걸.
진지한 척 그린 영화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화려한 배우와 걸맞는 연기다. 마이클 케인, 리암 니슨, 모건 프리먼, 룻거 하우어, 톰 윌킨슨 등등 능숙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크리스천 베일의 연기도 좋았는데, 그도 그렇고 그의 아버지도 왠지 샌프란시스코 시장 뉴섬을 떠올리게 하더라는.
화려한 외양 이상을 성취하는 영웅물? 시작이 기대되는 무협지일수록 흐지부지하기 쉽지만 뒤가 없어도 괜찮은 시작이다. 묵직하고 꾸미지 않은 스타일이 흐트러지지 않은 가운데 한스 짐머의 음악도 매력.